과로사의 업무상 재해인정기준
Ⅰ. 과로사의 의의
과로사는 의학적·법률적 용어는 아니며, 1980년대 일본에서부터 사용된 사회적 용어이다. 과로사란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육체적 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피로가 누적되어 생명유지 기능의 파괴로 인한 사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과로사가 법률적 의의를 가지는 것은 업무상 과로로 인한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1)
산재법 시행규칙 제39조 제1항은 업무상 질병 또는 사망의 관련질환으로서 뇌혈관 질환 또는 심장질환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통상 과로사라고 칭하기도 한다.2)
과로사는 노동의 질적변화와 생산관리 및 노동밀도의 강화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의 누적이 중요한 요인이 되므로, 외부적 원인이 작용한 사고성 재해로서의 돌연사나 특정 업무의 유해인자와 질병의 관련성이 밝혀진 직업병으로서의 사망과는 구분된다.
또한 과로사는 피재자인 근로자 개인의 체질 및 병적 소인에 따른 구체적, 주관적인 차별성과 기존질병의 관련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나아가 과로의 원인제공이 업무상 생활영역인지 사적 생활영역인지 분명하게 구분될 수 없는 특징이 있으므로 과연 이를 어떠한 기준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어려운 문제이다.
최근에 기업의 상시적인 구조조정, 연봉·승진 등에 있어 연공서열 파괴, 능력주의 채택 등 경쟁원리에 입각한 강도높은 노무관리 방식은 과로사를 유발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과로사의 원인과 산재법상 과로사의 업무상 재해인정기준을 살펴보고, 과로사의 구체적 사례를 판례에서 인정된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 후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살펴본다.
Ⅱ. 과로사의 원인3)
1. 과중한 근로시간
우리나라 근로조건의 현실은 장시간 노동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환경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길며 휴일, 휴가일수는 짧다.
장시간 근로는 비단 생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무직 근로자도 똑같이 직면한 문제라 할 것이다.
2. 교대근무
교대제로 일하는 근로자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대작업으로 인한 수면부족, 생체리듬의 역행, 가정생활의 지장을 초래하는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것이 교대근무자에게 심리적, 신체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대근무시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갖지 못하고 이러한 변화로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낮에는 졸립고 작업능률이 떨어지며, 상병조퇴 횟수나 상병 결근횟수가 높다.4)
헬싱키 심장연구에서는 교대근무가 낮 근무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의 발병률이 1.4배 높다고 보고했다. 낮 근무자에 비하여 비교대 생산직 근무자는 1.3배, 2교대 근무생산직은 1.9배, 3교대 근무생산직은 1.7배 관상동맥질환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3. 직무 스트레스
업무 요구도가 높거나 직업의 재량권이 적을 경우 직장 내 충돌이 많아지고 작업스트레스가 클수록 피로감이 증가한다. 돌연사나 심혈관계 질환을 높이는 A형 성격은 현대의 경쟁사회에서 조장되고 있는 성격으로 오히려 업무를 꼼꼼하고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아 승진도 잘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격앙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요구되는 업무에서 심혈관계 증상이 많이 발생하고 조기 심혈관사망이 증가하며, 작업재량권이 낮고 업무요구량이 많을수록 심혈관질환이 많이 발생한다.
4. 열악한 작업환경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작업환경도 혈압조절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 상당수의 작업현장은 이러한 상황에 방치되어 있다.5)
가. 건강관리가 어려운 근무현실
평소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운동 등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몸에 이상 신호를 느껴도 계속되는 업무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현실이다.
Ⅲ. 과로사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
1. 업무상 재해의 개념
산재법 제4조 제1호에서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란 업무수행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고 정의된다. 즉 ‘업무상’이란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을 요소로 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업무수행성’은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하에 이루어진 근로자의 업무수행 및 이에 수반되어지는 통상적인 활동중에 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기인성’은 재해가 업무에 기인하는 것, 즉 업무수행과 재해발생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을 말한다.
업무수행성이 인정되는 경우 업무기인성이 부인되는 예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업무수행성이 인정되면 이로써 업무기인성이 추정된다. 이 점에서 업무상 재해의 1차적 판단기준은 업무수행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수행성이 없더라도 업무기인성만으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해야 할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직업성 질병은 업무수행중이 아니라 사업장 밖에서 업무시간 외에 발병하더라도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따라서 업무수행성은 업무상 재해의 1차적 판단기준이긴 하지만 불가결한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6)
2. 과로사의 업무상 재해 인정규정
산재법 제4조 제1호에는 업무상 재해의 정의규정을 두면서, 이 경우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산재법 시행규칙 제39조 제1항에 의한(별표 1) ‘업무상 질병 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규정하여, 뇌혈관 또는 심장질환에 대해 과로사로 인정하는 기준을 정하고 있다.
즉, “근로자가 업무수행중에 다음의 1에 해당되는 원인으로 인하여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출혈·뇌경색·고혈압성뇌증·협심증·심근경색증·해리성 대동맥류가 발병되거나 같은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업무수행중에 발병되지 아니한 경우로서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의학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하였다.
(1) 돌발적이고 예측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로 근로자에게 현저한 생리적인 변화를 초래한 경우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라 함은 뇌혈관 또는 심장질환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과중부하를 말한다.
(2)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작업환경의 변화 등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만성적으로 육체적·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 -‘만성적인 과로’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발병 3일 이상으로 연속적으로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하거나 발병 전 1주일 이내에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및 작업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를 말한다.
(3) 업무수행 중 뇌실질내출혈·지주막하 출혈이 발병되거나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 원인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지 아니한 경우이다.
3. 과로사에 대한 판례의 일반적 기준
가. 상당인과관계의 존재와 입증의 정도
판례7)는,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봐야하며, 또한 평소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 입증책임 소재 및 인과관계 유무 기준
판례8)는,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하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Ⅳ. 과로사의 구체적 사례
1. 뇌혈관질환
가. 출장 중 뇌실질내출혈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가 사업장을 떠나 출장중인 경우에는 그 용무의 이행여부나 방법 등에 있어 포괄적으로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고 있다 할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장 과정의 전반에 대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말할 수 있으므로, 그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있고, 다만, 출장중의 행위가 출장에 당연히 수반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이거나 사적 행위일 경우에 한하여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없고, 그와 같은 행위에 즈음하여 발생한 재해는 업무기인성을 인정할 여지가 없게 되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근로자가 신문기자를 만나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가진 것은 업무 중 하나인 언론사에 대한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한 업무의 일환이고, 술자리가 4시를 넘어서 계속되기는 했지만 이 역시 근로자의 접대업무로서 당초의 접대업무가 중단됨이 없이 계속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비록 그 과정에서 음주량이 늘어나는 바람에 근로자가 술에 취해 몸을 잘 가누지 못하여 정확한 경위를 알 수 없는 뇌실질내출혈의 재해를 입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상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업무상 재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9)
나. 노조전임자가 노조업무 수행 중 과로로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경우
노동조합 업무 전임자가 근로계약상 본래 담당할 업무를 면하고, 노동조합의 업무를 전임하게 된 것이 사용자인 회사의 승낙에 의한 것이며, 재해발생 당시 근로자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 질병이 노동조합 업무수행 중 육체적·정신적 과로로 인하여 발병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산재법 소정의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10)
다. 뇌경색의 소인을 가지고 있었으나 차가운 날씨에 발생한 경우
근로자가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다가 뇌경색이 발병한 점, 반장으로서 반원들의 구간까지 챙기는 등 평소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근무해 온 점, 담당구역이 변경되어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늘어나고 관공서, 경찰서 등이 밀집되어 있어 신경을 많이 쓰는 등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점, 상병은 기온의 급격한 변화에 민감한 편인데 근로자는 출근하기 위하여 현관 밖으로 나갔다가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로 상병이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기존 고지혈증 및 고혈압 등 상병의 소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병이 발병하게 된 것은 과중한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누적된 과로·스트레스와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신체가 노출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여 업무상 재해이다.11)
2. 심혈관질환
가. 교대제 근무자가 테니스 경기 중 심근경색이 발생한 경우
테니스 경기를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하더라도 망인의 퇴근시각과 사고발생시각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재해와 공무수행과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정도로 장시간 격한 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망인이 열차 기관사로서 교번근무제에 따라 불규칙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육체적 과로 및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2003.3월 이후에는 1인 승무를 하느라고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 육체적 과로 및 스트레스가 급성심근경색 등 심혈관계질환의 유발인자가 될 수 있는 점, 망인이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것이 심근경색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닌 점, 그 밖에 망인의 업무내용, 연령, 건강상태, 평소의 생활습관 등 제반상태를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공무수행 과정에서 얻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갑작스런 심근경색이 유발되었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12)
나. 고혈압 등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였으나 과중한 업무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한 경우
망인은 사망 이전 5년 전에 이미 고혈압 및 비대성심근병증의 진단을 받고 강압제를 복용하여 왔는데, 2000.7월경부터 고혈압 치료를 중단하고 흡연을 하는 등 건강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고혈압이 악화되어 대동맥박리를 일으킬 가능성을 갖고 있었음에도 1일 평균시간 정도의 시간외근무를 지속적으로 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기존의 고혈압의 자연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게 하여 대동맥박리를 일으켜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13)
다. 통근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질주하다가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한 경우
망인이 입사시부터 이 사건 재해발생 전일까지 매일 약 1~2시간 연장근무를 한 점, 특히 이 사건 재해발생 3개월 전부터는 동절기에 대비한 사건 예방작업과 동파로 인한 파이프 교체작업 등으로 평소보다 업무가 늘어난 점, 재해발생 약 보름 전 6일간의 구정휴무 기간에도 2일간 출근하여 근무한 점, 재해발생 4일 전에도 일요일에 근무한 점, 망인이 담당한 작업은 그 특성상 공중에 올라가 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긴장감과 집중력이 요구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은 평소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고 과로 및 스트레스나 질주 등의 갑작스러운 운동은 급성심부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적인 소견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14)
3. 간질환 및 폐질환
가. 간질환의 경우
간암 등 간질환의 경우 수년 전까지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가 상당히 있었다. 즉, 잦은 지방출장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간경변을 악화시킨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15), 기존질병인 만성 B형 간염이 업무와 관련한 음주와 과로·스트레스의 누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사례,16) B형 간염에 감염된 근로자가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다가 원발성 간종양진단을 받고 사망한 사안에서 B형 간염에 감염된 것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계속되는 근무로 인하여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17) 등이다.
그러나 2003년경 대한의사협회에서 “B형 간염이 진행되어 간경변증, 간암이 발생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간염을 일으키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기 때문이고, 업무상의 과로·스트레스 자체가 B형 간염, 간경변증, 간암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킨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없으며, 만성 B형 간염이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이 만성 B형 간염의 자연경과이다”는 소견을 나타낸 이후, 법원은 업무상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간질환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18)
나. 폐질환의 경우
먼지가 많은 교사의 직업적 환경 등에 기인하여 폐결핵이 발병하였고 폐결핵 증세가 있음에도 계속된 과로로 사망하게 되었다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한 사례,19) 목장에서의 근무 중 발생한 기관지천식이 평소 누적된 업무상 과로와 경합하여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상 재해로 본 사례,20) 폐결핵의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줄어든 인력 사정 때문에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상병을 악화시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사례21) 등이 있다. 폐질환의 경우 단순히 과로, 스트레스와의 인과관계보다 근무환경과 중첩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경향이다.
4. 청장년급사증후군 및 사인미상
가. 과로 이외에 다른 유인이 없는 신체건강한 남자의 청장년급사증후군의 경우
망인이 특별한 지병을 보유한 바 없는 39세의 신체건강한 남자로 작업을 마친 후 동료들과 음주를 하고 공사현장의 임시숙소로 돌아와 취침했으나 익일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안에서, 망인이 사망 직전 통상인이 인내하기 힘들 정도로 중한 과로상태에 놓여있었고 이에 더하여 사망하기 전날 상당량의 음주를 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취침 도중 이른바 청장년급사증후군에 빠진 끝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달리 특별한 질병이나 지병이 없었던 점을 아울러 고려해 볼 때 과로 이외에 달리 그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 사건은, 사망 직전의 누적된 업무상 과로사 내인성 급사의 한 유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22)
나. 사망 이전 1개월 전부터 계속적으로 야근했고 회식 후 사망한 경우
망인은 팀을 옮긴 후 영업실적이 다른 동료들에 비해 저조했고 그 실적이 공표되는 등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망인은 실적 향상을 위해 병원에 특화된 광고영업을 구상하고 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제안서를 만들기 위하여 사망 한달 전부터 퇴근시간이 19:00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야근하게 되어 업무량이 증가하였는 바, 그로 인하여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이처럼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회사 회식에 참가하였다가 자택으로 귀가하여 잠을 자다가 사망하게 되었는데, 망인의 업무내용, 업무량,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와 망인을 부검한 의사의 견해, 망인의 사망원인인 급성심장사나 청장년급사증후군과 관련하여 과로나 스트레스 이외에 다른 유인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망인은 업무상 과로 내지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23)
다. 야간근무를 마친 후 사인미상으로 사망한 경우
망인이 회사 열처리반에서 근무하여 오던 중 야간근무를 마친 후 귀가하여 잠을 자다가 사망했으나, 그 사인이 불분명하고 평소의 업무내용이 신체적으로 힘든 것도 아니며 망인이 당시 업무의 과중으로 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상태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 과중한 업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망인의 사망이 업무수행 중에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사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24) 병원 도착 전 사망하였으나 부검하지 아니하여 사망원인을 알 수 없는 사인미상인 사건은 의학적으로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없어 일반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25)
5. 기타 질환
가. 위암, 대장암, 백혈병의 경우
위암 발병에 대해 하급심26)은, 사망원인이 된 위암이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불규칙한 식사 등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진행됨으로써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도 있으나, 대법원27)은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에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대장암에 대해서도 현대의학상 확실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다만 식생활을 중심으로 환경적·유전적인 소인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고 과로·스트레스에 의하여 발병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부인한 사례28)가 있고, 피혁가공회사 생산직 근로자의 백혈병 발병이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사례29)가 있다. 일반적으로 각종 암의 경우에는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와의 인과관계는 부인되고 있는 경향이다.
나. 고혈압 및 요로결석 등 기존질환에 과로, 스트레스가 겹쳐 만성신부전증이 발병한 경우
근로자는 고혈압 및 요로결석 등의 기존질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상병인 만성신부전증의 발병시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여온 점, 그가 수행하여온 업무의 정도는 그의 건강상태 및 나이 등에 비추어 상당히 과중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의학상 상병의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고혈압 등이지만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도 중요한 발병원인이 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30)
다. 공무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른 경우
우울증이 그 발생에 있어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명된 질병이고, 망인이 업무와 관련된 일 이외에 달리 신변에 심리적 부담을 줄만한 사정이 없었다면, 망인의 공무와 그가 앓고 있던 우울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일응 추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심한 우울증에서 회복될 때 가장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 정신의학상 인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한 자살은 공무상 재해31)로 인정된다.32)
Ⅴ. 과로사와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
과로사 사례의 대부분은 과중한 업무량, 장시간 노동, 정신적 스트레스 및 기업의 근로자 건강에 대한 무관심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관계가 종속관계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사용자의 과중한 요구와 무관심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질병으로 내몰리게 한다고 할 수 있다.33)
사용자는 근로계약상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해야 할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해야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과로의 결과 질병에 이환되지 않도록 해야할 의무가 있다. 즉, 근로조건을 적정히 정하고 건강관리를 배려해야 한다.
이 의무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 근로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작업 전환, 근로시간의 단축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이같은 의무 위반으로서 뇌, 심혈관계질환 등의 질병이 발증, 악화되었다면 의무 위반과 발증·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더욱이 근로자에게 기초질병이나 기왕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용자가 법정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장시간 시간외근로를 시킨 결과(과실로 인한 위법행위) 과로사에 이르렀다면 민법 제750조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판례34)는 근로기준법상의 연장근로시간 상한선을 초과해 근무한 경우에도 근로자의 동의를 얻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로로 인한 발병에 대하여 사용자측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하급심35)에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기준 이상의 과도한 시간을 근무하도록 한 잘못으로 누적되어 실명한 경우 회사는 근로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근로자로서는 과도한 시간근무를 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작업원을 더 배치하여 줄 것을 요구했어야 하고, 근무 중 스스로의 건강을 지켰어야할 것임에도 그러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으며 그 과실을 50%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과실비율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기업환경 내에서 과연 근로자가 위와 같은 요구를 실제로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문제며, 과실을 지나치게 인정한 점은 문제라는 견해가 있다.36)
Ⅵ. 맺는 말
산재법 시행규칙 제39조 제1항에 의한 별표 1에서 뇌, 심혈관계질환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상 발병이나 사망의 원인 중 하나를 ‘만성적 과로’에 의한 경우로 명시하고 있는데, ‘업무량과 업무시간이 발병 전 3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지속되었거나 발병 전 1주일 이내에 업무량, 시간, 강도, 책임 및 작업환경 등이 일반인이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정도로 바뀌었을 때’로 한정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
위 규정은 통상적인 근로를 해오던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업무하중이 가중되는 경우만을 전제하는 것이나, 오히려 과로사의 전형적인 경우는 업무하중이 장기간 격무가 계속되고 이로 인해 누적된 피로가 가중되어 발증되는 경우인데, 위 규정은 과로여부 판단에 단기간의 시간적 제한을 가함으로써 항시 장시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는 오히려 위 규정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들어 주5일 근무 사업장이 일반화되면서, 평소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으나 토·일 양일 휴무 후 월요일에 발병한 경우라면, 비록 사업장에서 업무수행 중 발병, 사망한 경우라도 만성적 과로 기준에 부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한편, ‘간질환’에 대해 수년 전까지 업무상 과로성 질환·사망으로 인정해 왔으나, 2003년경 대한의사학회의 의학적 소견을 받은 이후 간암 등에 대해 과로사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한바, ‘간’이 과로·스트레스에 민감하다는 인체장기라는 일반상식에 비추어 이해하기 어렵다.
과로사는 업무상 과로·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근로자 개인의 흡연, 음주, 가족력, 기초질환, 체질, 사적인 과로·스트레스 등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그 판단은 용이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고, 그 기준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산재보상이 사회보험으로서 근로자를 위한 제도임에 비추어 발병 직전 단기간의 과로, 스트레스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평소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근로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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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흥재, 『과로사의 인정기준에 관한 판례의 동향』, 법학 제117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01년, 166면.
2) 김용철,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과 그 적용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0년, 66면.
3) 김용철, 전게서 논문, 67면.
4) 김은희,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의 산재보상 인정기준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6년, 23면.
5) 김은희, 전게서 논문, 24면.
6) 임종률, 『노동법』, 박영사, 2006년, 474면.
7) 대법 2006.3.9 선고, 2005두13841 ; 대법 2004.4.9 선고, 2003두12530 ; 대법 2000.5.12 선고, 99두11424.
8) 대법 2004.4.9 선고, 2003두12530 ; 대법 2001.7.27 선고, 2000두4538 ; 이외 다수.
9) 대법 2006.3.24 선고, 2005두5185.
10) 대법 1994.2.22 선고, 92누14502 ; 대법 1996.6.28 선고, 96다12733. 다만, 그 업무의 성질상 사용자의 사업과는 무관한 상부 또는 연합관계에 있는 노동단체와 관련된 활동이나, 불법적인 노동조합활동 또는 사용자와 대립관계로 되는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의 노동조합활동 중에 생긴 재해 등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한다.
11) 서울고법 2005.2.4 선고, 2004누6008.
12) 서울행법 2004.10.14 선고, 2004구합4581.
13) 서울행법 2005.4.19 선고, 2004구합19453.
14) 대법 2003.11.14 선고, 200두5501.
15) 서울행법 2004.12.10 선고, 2002구단3211.
16) 창원지법 2005.12.27 선고, 2005구단679 ; 대법 1998.12.8 선고, 98두12642. 이외 다수.
17) 대법 2001.7.27 선고, 2000두4538.
18) 대법 2005.5.13 선고, 2005두852.
19) 서울행법 2000.7.11 선고, 99구36286.
20) 서울행법 2003.12.9 선고, 2003구합919.
21) 서울행법 2004.12.10 선고, 2002구단6005.
22) 대법 2000.10.6 선고, 2000두4224.
23) 서울행법 2004.5.19 선고, 2002구합36003.
24) 대법 1998.4.24 선고, 98두3303.
25) 대법 2003.12.26 선고, 2003두8449.
26) 서울행법 1999.4.22 선고, 98구2125.
27) 대법 1999.9.17 선고, 99두6293.
28) 서울고법 1999.1.7 선고, 96구39389.
29) 대법 2004.3.26 선고, 2003두15324.
30) 서울고법 2003.8.28 선고, 2003누1808.
31)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 제11조(공무상 질병) 제1항에는 공무원이 공무수행 중에 업무량의 증가, 초과근무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유발되어 발생한 질병 또는 현저하게 악화된 질병에 대해 공무상 질병으로 본다(제11호)고 규정하고 있다.
32) 대법 1999.6.8 선고, 99두3331.
33) 『과로사, 예방과 보상』, 과로사 상담센터, 1998년, 11면.
34) 대법 1994.10.28 선고, 94다33491 ; 서울고법 1992.9.16 선고, 92나26262, 서부여객주식회사 사건으로 1일 15시간씩 월 20일을 근로하기로 임금협정이 맺어져있는 회사에서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던 근로자가 실제로는 1일 16시간씩 근로를 했고 사망하기 3달 동안 매월 300시간을 넘는 과중한 근로를 해왔는데 사망 당일 1회 운행을 마치고 휴식을 하던 중 갑자기 사망한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것과는 별도로 피고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35) 서울민사지판 1991.11.12 선고, 90가합82186.
36) 김진국, 『과로사와 기업책임』, 『노동법연구 제5호』 , 서울대학교 노동법연구회, 1996년, 7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