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연봉제]연봉제 퇴직금 유효성요건에 관한 판단

민노무 2010. 5. 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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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논의의 배경

2002년 대법원1)이 매월 임금액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한다고 당사자간 약정한 경우 퇴직금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에는 임금지급관리 편리성과 추후 퇴직금지급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생각에서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에 퇴직금중간정산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체가 전체의70.8%2)에 이를 정도로 실무상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퇴직금중간정산 요건을 엄격히 강화하는 내용이 2008년 11월 정부에서 제출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돼 있고,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므로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퇴직금중간정산을 시행하려는 기업체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몇몇 하급심3)과 노동부는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 대법원의 입장은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이에 필자는 본 지면을 빌어 실무상 퇴직금중간정산을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기 위한 유효요건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동제도도입 및 운영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쟁점사항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Ⅱ. 유효요건 및 실무상 발생할 수 있는 쟁점사항

1. 연봉제하 퇴직금중간정산의 유효요건
여러 하급심4)에 따르면 퇴직금중간정산을 실시해 연봉제계약에 따라 유효하게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ⅰ)근로자의 명시적 요구가 필요하며 ⅱ)중간정산 대상기간은 기왕의 근속기간만이 해당되며 ⅲ)연봉제계약체결시에 연봉에 포함되는 퇴직금액수가 명확하게 제시돼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노동부5)에서도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여러 하급심이나 노동부지침이 연봉제하에서 퇴직금중간정산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이처럼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퇴직금중간정산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올바로 적용하고자 한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 제도의 단계별 쟁점

가. 도입단계
쪾근로자의 중간정산 요구에 대해 사용자가 거부할 수 있는지
근로자의 퇴직금중간정산 요청이 있을 경우 사용자가 이를 반드시 승낙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에 대한 거부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대법원6)에서는 퇴직금중간정산을 근로자 청약과 사용자 승낙이라는 합의로 이뤄진다고 판시해 ‘근로자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가 이를 승낙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노동부7) 또한 퇴직금중간정산은 근로자의 요구에 대해 사용자가 이를 승낙한다는 의사표시가 있을 때 퇴직금중간정산에 대한 합의가 성립되고, 그에 따른 법률효과로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중간정산액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중간정산요구에 승낙하거나 승낙하지 아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쪾근로자의 소극적·묵시적 동의가 중간정산신청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연봉제와 퇴직금중간정산규정을 결합해 운영할 경우 이는 주로 회사의 주도로 이뤄지기 마련이고, 이때 회사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실시에 대한 근로자의 소극적·묵시적 동의의 형식이 유효요건 중 하나인 ‘요구’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근로자의 적극적·명시적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유효성을 인정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최근 하급심8)에서는 ‘퇴직금중간정산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요구’가 퇴직금 명목의 돈을 받고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정도의 소극적 방법이 아닌 개별적이고도 명시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9)은 ‘근로자가 그 중간정산퇴직금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중간정산이 실행된 일부 기간의 범위 내에서 중간정산이 성립된다’라고 판시해 소극적 동의형식도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 측에서 제도운영에 대해 동의할 것을 요구하며 퇴직금중간정산신청서를 제출케 하는 경우 개별근로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제2항에서 그 요건으로 ‘근로자의 요구’는 근로자 자유의사에 기초한 요구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 등에서 근로자가 퇴직금중간정산을 신청 또는 그 운영에 합의하는 데 있어 자유의사에 약간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행사가 있었다면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나. 실행단계
쪾사용자가 퇴직금중간정산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연봉급여에 지급하지 않는 경우 법 위반인지 여부
사용자와 근로자간 퇴직금중간정산에 합의가 성립했지만, 사용자가 연봉임금에 퇴직금을 포함해 지급하지 않았거나 잘못 산정해 차액이 발생한 경우에는 근로자는 동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을 가진다 할 것이다. 이 경우 사용자가 퇴직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때에 단체협약 등의 불이행에 따른 책임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원칙과 그 위반에 대한 벌칙규정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
근로기준법위반에 따른 처벌은 동법에서 정하고 있는 강행규정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한 제재인데 반해, 사용자의 중간정산퇴직금지급의무는 당사자간 합의에 따른 계약상 의무에 불과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에서 강제하는 법률상 의무로 볼 수 없어, 결국 사용자에게 퇴직금중간정산합의에 따른 퇴직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해 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을 것이다.10)
쪾임금가불형식을 동원한 퇴직금 월분할문제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연봉에 퇴직금액을 포함해 더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지급하되 그 퇴직금은 근로자가 가불하고, 가불된 금액은 연말에 퇴직금중간정산을 통해 정산한 뒤 가불금액과 상계하는 방법으로 퇴직금을 지급할 경우 그 금원을 퇴직금으로 인정 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하급심11)에서는 ‘설령 가불금형식을 취하였다고 하여도, 사전에 퇴직금으로 정산할 것임을 약정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금원을 지급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는 퇴직금의 선지급이 무효로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취한 형식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퇴직금선지급약정과 다름없다 할 것이므로 구법 제34조제3항이 정한 유효한 중간정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문제는 퇴직금중간정산 대상기간과도 관련된 문제로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퇴직금은 퇴직 혹은 퇴직금중간정산신청이라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설사 퇴직금가불이라는 형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아직 발생하지 않은 퇴직금에 대해 상계여부를 결정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유효성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본다.

다. 결산단계
쪾유효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퇴직금명목으로 지급된 금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
매월 지급되는 연봉임금에 퇴직금중간정산액을 포함해 지급하기 위한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지 못해 법원에서 무효판결을 받은 경우 사용자가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아직 법에서 규정한 바도 없고, 축적된 판례도 없으며 법원에서조차 그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하급심12)의 주류적 태도는 퇴직금으로서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퇴직금명목으로 지급된 금원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봐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당이득으로 보는 하급심13)판결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퇴직금지급으로서 법률상 효력이 없으므로, 결국 원고들은 법률상 원인 없이 위 퇴직금명목으로 지급된 돈 상당의 이익을 그로 인하여 피고에 같은 액수만큼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해 부당이득임을 인정했다.
생각건대 퇴직금중간정산이 무효가 된다고 해 일률적으로 통상임금 또는 부당이득이라고 판단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근로자가 퇴직금중간정산이 무효임을 인식할 수 있었던 가능성, 실제로 지급받은 금액과 적법하게 산정했을 때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금액의 차액 정도 등을 고려해 부당이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Ⅲ. 글을 마치며

퇴직금중간정산제도는 기존에 판례의 해석에만 의존해 오다가 1997년 근로기준법에 명문으로 도입됐고, 현재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으로 자리를 옮겨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
퇴직금중간정산 규정과 관련, 연봉제와 결합해 운영할 경우 그 유효요건·절차 등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이 법원과 노동부의 해석에만 의존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에서, 정부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전부개정안14)이 근로자의 요구와 사용자의 승낙이라는 요건 이외에 근로자가 요구할 수 있는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함으로써 제도도입에 대한 분쟁발생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노후생활보장이라는 퇴직금기능과 퇴직금재원적립 부담경감이라는 퇴직금중간정산제 기능의 충돌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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