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제기
서울 중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갑]회사는 임직원 26명을 고용해 소규모 건물 관리 용역업을 영위하고 있다.
건물 관리를 위해 청소 환경 업무 파트 9명, 경비 업무 파트 6명, 전기실 업무 파트 4명, 기관실 업무 파트 4명, 임원 및 행정 관리 업무 파트 3명 직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2006년 5월 1일부로 [갑]회사에 입사한 기관실 근무자 이○○은 입사 전부터 허리가 아파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사실을 숨긴 채 입사했다.
이후 기관실에 직원 1명이 교체돼 입사했는데 이○○은 새로 입사한 직원에게 자신은 ‘허리가 아프기 때문에 작업을 할 수 없으니 대신 작업해 달라’고 하면서, 컴퓨터에 앉아 주식을 하고 작업장 바닥에 스치로폼을 깔고 누워 취침하는 등 근무 자세가 나태한 상태였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동료 직원들은 더 이상 이○○과 함께 근무할 수 없다면서 집단적으로 [갑]회사측에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건의해 왔다.
[갑]회사는 직원들 건의서를 접수한 즉시 이00에게 사실을 구두로 확인했고 이를 경위서로 작성해 제출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은 ‘서면으로 제출할 수 없다’며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했다.
급기야 [갑]회사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징계위원회에서 이○○을 해고하기로 의결해 본인에게 통보했다.
해고를 당한 이○○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해 [갑]회사는 복직 명령을 하게 됐다(본 사례에서는 노동위원회 판정에 대한 적부는 논하지 않기로 한다).
[갑]회사는 이00이 원직 복직을 할 경우, 예전과 같이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 직원에게 작업을 맡기고 당당하게 휴식을 취할 것이 자명해 근무 장소를 기관실이 아닌 경비실로 변경해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경미한 업무로 전환 배치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이○○은 원직 복직이 아니며 이는 위법이므로 기관실로 원직 복직해 달라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경우 회사는 기관실로 원직 복직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경비실로 발령내 경미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도 적법한 것인지를 우리 사무실에 자문 의뢰해 왔다.
2. 사실적 접근
부당해고로 판정 받게 되면 원직 복직 명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직 복직 명령이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경영상 또는 근로자 본인을 위해서 유익하지 않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원직이 아닌 유사직에 근무하도록 인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는 경영자 고유 권한이며, 경영자 재량권이기 때문에 권리 남용이나 근로자에게 과다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다고 봐야 한다.
본 상담 사례에서와 같이 복직된 직원의 경우 입사 전부터 허리가 아파 계속 치료를 받아 왔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용자는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적절한 작업 환경을 조성해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장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근로자 안전·보건을 유지 증진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또한 동법 제43조 제5항은 ‘사업주는 제1항ㆍ제2항 또는 다른 법령에 따른 건강 진단 결과, 근로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작업 장소 변경·작업 전환·근로시간 단축·작업 환경 측정·시설 설비의 설치 또는 개선, 그 밖에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2009.2.6.개정)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 이○○에게 작업 장소 변경·작업 전환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갑]회사 의무 이행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측 의무 이행이자 적절한 인사 명령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행위는 또 다른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갑]회사는 근로자 이○○에게 산업안전법 및 작업장 근무 질서 확립 차원에서 경비실로 전보 발령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사 명령이 적법하다는 입증을 유사한 사법부 판례를 법리적 접근에서 살펴보면서 확인하고자 한다.
3. 법리적 접근
대법원(90다카 27389, 1991.2.22.)은 ‘해고 무효 확인 사건에서 전직이나 전보는 인사권자 권한에 속하므로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해고 처분은 근로자와 사용자간 고용 관계 자체를 소멸시키는 것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처분일 뿐 그 보직을 변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해고 무효 확인 목적은 해고 무효, 즉 근로자와 사용자간 고용 관계 존속을 확인함으로써 고용 관계 자체를 회복하려는 것이 목적이지 해고 전 원직 회복 소송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해야 할 근로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사용자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사용자에게 인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또는 제105조에 ‘위반하거나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는 법리(당원 1989.2.28. 선고, 86다카 2567판결 참조)에 비춰 볼 때, 해고 무효 확인 판결이 확정돼 원직 복귀되더라도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 보직을 변경하는 전직 명령을 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는 그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해고 무효 확인에 의해 원직 회복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회사 관광 버스 운전 기사로 근무하던 중인 1988년 11월 23일 해고됐으나, 피고 회사가 인사위원회 결의를 거쳐 1990년 2월 26자 인사 명령으로 원고를 영업 사무직에 복직시켰지만, 원고는 응하지 않은채 근로 제공을 거절했다. 이후 1990년 4월 7일부터 소외 주식회사 ○○고속 ○○○관광에 취업해 근무하고 있는바, 피고가 원고를 해고 전 직책인 운전 기사직이 아닌 영업 사무직에 복직시켰다 하더라도 이로써 피고측이 원·피고간 고용 관계 자체 존속을 인정하고 복직시킨 이상 원고가 영업 사무직으로 전직 효력을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해고 무효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은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해고 무효 확인 청구 부분에 관한 소를 각하하고, 복직 명령 이후부터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원고 귀책 사유에 인한 것이라고 판단해 원고 임금 청구 부분을 기각했음은 정당하고,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 있어서 소의 이익이나 복직 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할 것이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또 다른 유사 판례 가운데 대법원(94다 4295, 1994.7.29.)은 ‘해고 무효 확인 등 사건에서 해고 무효 확인 판결에 따라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종전과 다른 일을 시키더라도 원직 복직시킨 것으로 본다’라고 판결했다.
사용주가 해고됐던 근로자를 해고 무효 확인 판결에 따라 복직시키면서 해고 이후 복직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 질서·사용주 경영상 필요·작업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다면, 비록 종전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원직 복직시킨 것이라고 보고 장기간 작업 거부 행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 판결을 수긍한 사례이다.
원고 상고 이유를 보면 이 사건 징계 해고 사유 가운데 일부에 대해 이미 징계 처분이 있었으므로, 이를 다시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 하지만 징계를 함에 있어서 피고 회사가 징계 사유를 미리 알려 달라는 원고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리 알려주지 않은 채 징계위원회에서 낭독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소명 준비를 할 수 없게 한 것은 징계 기일 통지를 5일 전에 해 소명 기회를 주도록 한 단체협약에 반한다는 점은 모두 원고가 상고심에 이르러 주장하는 새로운 사실이고 원심에서 주장한 바 없음이 명백하므로 이는 원심 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될 수 없다(당원 1992.9.25. 선고 92다 24325 판결 참조). 상고 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한 상고 이유 보충서에서 징계위원회 구성에 위법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위 상고 이유서에서 개진된 사항과는 별개의 새로운 주장으로서 이 역시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될 수 없어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해 원고는 1차 해고 당시 모두 피고 회사 가공부 가공1과에서 수동 절단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위 가공 1과 작업은 ①벤딩(BENDING) 및 포밍(FORMING) 작업(가공된 절판의 절곡) ②세어링(SHEARING) 작업(12mm이하 박판의 절단) ③드릴링(DRILLING) 작업(가공된 철판에 레디알 드릴하는 것) ④수동화 염절단(가스 절단, 절단 마무리 및 절단 조치 수정) ⑤자동화 염절단(CNC자동 절단, 절단 마무리 및 절단 조치 수정)으로 크게 나눠지며 각 분류된 작업을 1차 해고 당시에는 피고 회사가 전부 직영했으나 원고들이 복직된 1991년 1월 경에는 세어링 작업과 수동화 염절단 작업을 외주 업체에 도급 주고 있었던 사실(단 피고 회사 직원 중 1명이 수동화 염절단 작업 가운데 모방 절단 작업을 하고 있었다)을 원심 판결 이유로 들었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를 복직시키면서 가공1과에 인사 발령을 냈으나 1차 해고 당시 원고가 맡았던 수동화 염절단 작업은 이미 상당 기간 도급 계약된 외주 업체에서 하고 있었다. 또 자동화 염절단은 원래 원고가 맡았던 일이 아니고 상당 기간 교육 훈련이 없으면 바로 작업할 수도 없다. 이미 피고 회사 직원들이 정원을 채워 일하고 있었으므로 부득이 유휴 인력이 충원될 수 있는 수동화 염절단 작업 중 절단 마무리 및 절단 조치 수정 작업(이를 줄여서 사상 작업이라 한다)을 시켰던 사실 및 사상 작업은 작업 장소가 가공1과 밖에 임시로 지어진 가건물에서 할 뿐 아니라 용접 후 남은 울퉁불퉁한 쇠조각을 연마기로 갈아내는 것이어서 작업 환경이 수동 절단 작업에 비해 열악하여 피고 회사 직원들이 맡기를 꺼려한다.
그러나 원래 수동 절단 작업과 연계돼 있고 작업 내용 자체도 별다른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용접공 정도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용주가 해고됐던 근로자를 해고 무효 확인 판결에 따라 복직시키면서 해고 이후 복직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 질서·사용주 경영상 필요·작업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복직 근로자에게 합당한 일을 시킨다면 그 일이 비록 종전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원직 복직시킨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근로자로서 지위를 회복해 해고 당시 소속돼 있었던 가공1과로 복직했으며, 다만 1차 해고 당시 절단 작업이 아니라 사상 작업을 맡았을 뿐 작업 내용이 서로 연계돼 있고 작업 장소가 현저히 변경된 것도 아니고 다만 업무량에 따라 작업 내용이 변경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배치 전환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4. 맺는 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갑]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 건강과 보건을 위해 취한 조치는 정당하며 인사 질서·사용주 경영상 필요·작업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다면 그 일이 비록 종전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원직 복직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정당한 인사 발령에 대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근무를 거부하고 그에 대한 항의하는 과정에서 상사에 대해 불손한 행위까지 한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하고 나아가 근로자 이00의 비위 행위는 그 태양·정도·계속 기간 등에 비춰 [갑]회사와 근로 관계를 더 이상 지속시키기가 사회 통념상 불가능한 정도의 귀책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런 사유로 제2차 징계 처분도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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